부산웨딩박람회 다녀온 김에 신혼여행 숙소까지 해결한 이야기
결혼 준비하면서 가장 정신없었던 게 언제냐고 물으면, 단연코 부산웨딩박람회 다녀온 그 주말이라고 답할 것 같다. 스드메 계약하고, 예물 상담받고, 허니문 부스 돌아다니고. 하루 만에 수십 군데 업체 명함을 받았는데, 정작 가장 알찬 수확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왔다.
3월 첫째 주 토요일,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웨딩박람회에 예비 신부랑 같이 갔다. 사실 웨딩박람회가 처음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없었다. 일단 입구에서 나눠주는 팸플릿 받아들고 동선 짜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놀랐다.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예물, 예복, 한복, 허니문, 가전, 가구, 혼수까지. 결혼 관련된 건 다 모여있었다. 우리는 오전 10시에 도착해서 오후 5시까지 있었는데, 점심 먹을 시간도 아까워서 샌드위치 들고 다니면서 상담받았다.
스드메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범위 내에서 결정했다. 부산 쪽 스튜디오 세 군데 비교하고, 드레스도 여러 업체 견적 받아서 가성비 좋은 곳으로 골랐다. 예물은 좀 고민이 많았는데, 박람회 특가라고 해서 계약금만 먼저 걸어뒀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
문제는 신혼여행이었다. 허니문 부스가 한쪽에 꽤 크게 자리 잡고 있었는데, 상담받아보니 가격이 생각보다 훨씬 비쌌다. 몰디브 7일 패키지가 1인당 600만원대, 둘이면 1200만원이 넘었다. 발리도 400만원대였고, 그나마 저렴하다는 다낭도 200만원 넘게 불렀다. 물론 항공, 숙소, 일부 식사, 투어까지 포함된 가격이긴 한데, 솔직히 예산 초과였다. 우리 신혼여행 예산이 둘이 합쳐서 500만원 정도였는데, 패키지로 가면 다낭 정도가 한계였다.
상담사분이 열심히 설명해주시는데, 옆에 있던 예비 신부가 내 손을 슬쩍 잡았다. 눈빛 교환만으로도 무슨 뜻인지 알았다. “여기서 안 해도 될 것 같아.” 정중하게 명함만 받고 부스를 나왔다.
박람회장 한쪽 구석 벤치에 앉아서 둘이 계산기를 두드렸다. 패키지 대신 항공권이랑 숙소를 따로 예약하면 얼마나 차이 날까. 핸드폰으로 바로 검색해봤다. 발리 직항 항공권이 1인당 70만원대, 왕복이면 140만원. 둘이면 280만원. 여기에 숙소를 5박 잡으면 된다. 발리 우붓 쪽 풀빌라가 1박에 25만원 정도, 스미냑 해변가 리조트가 1박에 20만원 정도였다. 5박이면 100~120만원. 항공이랑 숙소만 합쳐도 400만원 정도면 충분했다. 패키지보다 400만원 이상 저렴한 셈이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플랫폼 비교가 시작됐다. 호텔스닷컴 할인쿠폰 검색해보니 신규 가입 10% 쿠폰이 있었고, 발리 지역 호텔 특가도 진행 중이었다. 예비 신부는 아고다를 검색했고, 나는 호텔스닷컴을 맡았다. 같은 호텔을 동시에 검색해서 가격 비교하는데, 이게 은근 재미있었다. 박람회 구석에서 핸드폰 두 개 들고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습이 좀 우스웠을 것 같긴 하다.
결론적으로 우붓 쪽 풀빌라는 아고다가 쌌고, 스미냑 해변 리조트는 호텔스닷컴 쿠폰 적용하면 더 저렴했다. 우리는 우붓 3박, 스미냑 2박으로 동선을 짜기로 했다. 우붓에서 계단식 논 보고 원숭이 숲 가고, 스미냑에서 해변 즐기다가 마지막 날 공항 가는 코스. 이렇게 하면 발리의 자연과 바다를 둘 다 즐길 수 있다.
항공권은 트립닷컴 할인코드로 예약했다. 마침 트립닷컴에서 동남아 항공권 프로모션 중이었는데, 부산-발리 직항은 없어서 부산-인천-발리 경유로 잡았다. 그래도 할인 적용하니까 1인당 65만원에 왕복 끊었다. 둘이 130만원. 예상보다 저렴해서 둘 다 놀랐다. 신혼여행 항공권을 웨딩박람회장 벤치에서 예약하는 것도 나름 추억이 될 것 같았다.
숙소는 그날 바로 예약하진 않고, 집에 가서 좀 더 알아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신혼여행 숙소인데 신중하게 고르고 싶었다. 그날 저녁 집에서 다시 검색하면서 리뷰도 꼼꼼히 읽었다. 우붓 풀빌라는 프라이빗 풀이 딸린 곳으로 골랐다. 둘이서 오붓하게 풀에서 놀 수 있다는 게 신혼여행에 딱이었다. 리뷰에 “허니무너한테 완벽한 곳”이라는 코멘트가 많아서 확신이 들었다.
호텔스닷컴 할인쿠폰은 스미냑 리조트 예약할 때 썼다. 앱 전용 추가 할인까지 적용하니까 원래 1박 22만원짜리가 18만원대로 내려왔다. 2박이면 8만원 넘게 절약한 셈이다. 이 돈이면 발리에서 스파 한 번 더 받을 수 있다. 예비 신부가 “이래서 사람들이 쿠폰 쿠폰 하는 거구나”라고 했다. 본인도 이제 쿠폰 맛을 알아버린 것 같다.
최종 정산을 해봤다. 항공권 130만원, 우붓 풀빌라 3박 75만원, 스미냑 리조트 2박 36만원. 총 241만원. 여기에 현지 식비, 투어, 스파 비용 넉넉하게 150만원 잡아도 400만원 안쪽이다. 패키지로 갔으면 800만원 넘게 나왔을 발리 신혼여행을 절반 가격에 해결한 셈이었다. 남는 돈으로 신혼집 가전이라도 하나 더 살 수 있게 됐다.
부산웨딩박람회 덕분에 의외의 깨달음을 얻었다. 박람회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물론 스드메처럼 직접 보고 상담받아야 하는 건 박람회가 효율적이다. 하지만 신혼여행은 스스로 찾아보면 훨씬 저렴하게, 그리고 원하는 대로 커스텀해서 갈 수 있다. 패키지의 편리함도 있지만, 우리처럼 예산이 빠듯한 커플이라면 직접 예약하는 걸 추천한다.
지금 결혼식까지 두 달 남았다. 신혼여행 예약은 이미 다 끝났고, 항공권이랑 숙소 바우처 캡처해서 폴더에 저장해뒀다. 가끔 그 폴더 열어보면서 “진짜 간다”라는 실감을 느낀다. 부산웨딩박람회 갔다가 벤치에서 핸드폰 들고 예약했던 그날이 이상하게 자꾸 떠오른다. 북적이는 박람회장에서 둘이 머리 맞대고 계산기 두드리던 그 순간이, 어쩌면 우리 결혼 준비 중에서 가장 우리다운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